a plaza with many circles
한국은행 앞 광장은, 조성시기부터 한국경제의 기초를 운영하는 한국은행의 앞마당에 해당하는 장소로 계획되었고 그 이후로 현재에 이르기까지 남대문시장, 신세계 · 롯데 백화점 본점, 명동 등 다양한 거대상권이 한 지점에서 맞닿은 서울의 핵심거점으로 변모해왔다. 이와 같은 사회적 경제적 맥락으로 인하여 이곳에는 한국 근 ·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, 건물들, 상징과 욕망의 켜들이 층층이 누적되어 있다.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늘날 한국은행 앞 분수광장은 그 다층적 가치를 담아내지 못하고 세 면이 모두 도로로 단절되어 이용이 매우 제한된 교통섬이 되었다. 이 장소의 구심점으로서 1930년대에 설치되고 여러 차례 변형되어왔던 원형 분수는 산업화시대 우리의 압축성장과 근대화를 상징하고 있으나, 기념비적이고 권위적인 모습으로 광장 위에 군림한다.
『다원광장』은 한 곳으로 수렴되는 위계적인 광장으로부터 다중의 장소로 확장되고 국지적으로 다양하게 연결되는 광장, 기념비적 대상이 되는 광장으로부터 참여와 경험의 배경이 되는 광장, 주변의 역사적 켜와 단절된 광장으로부터 주변을 새로운 시선으로 조망할 수 있는 광장으로의 변화를 모색한다. 이를 위해 기존 분수광장의 기념비적 중심성을 해체하여 부지에 다수의 마이크로 광장들을 분산시키고 이들을 다양한 연결조건 – 이격 · 중첩 · 침범 · 내포 등 – 을 통해 관계맺음으로써 탈중심적 가치를 담은 광장, 열려있는 장 field 로서의 광장이 되도록 한다
다원광장은 주변의 도시 맥락과 수평·수직적으로 적극적인 연계를 맺는다. 부지주변의 지하도 출입구를 폐쇄하고 마이크로 광장을 부지경계 너머로 확장하여 기존에 단절되었던 광장 · 보행로, 광장 · 건물 사이를 수평 연계한다. 또한 폐쇄된 지하도 수직동선을 부지 내의 마이크로광장으로 도입하여 인근 지하상가 및 추후 확장 가능한 지하공간과의 연결공간으로 활용함으로써 개방된 수직 이동공간을 제공한다
다원광장은 특정 프로그램이 정해지지 않은 열린 공간이다. 평지, 분지, 언덕 등 인공지형이 적용된 마이크로 광장은 바쁘게 지나가는 통로, 잠시 머무르는 휴식공간, 여러 형태의 문화예술을 담는 공연·전시 공간, 물을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수경공간 등 다양한 모습으로 참여하고 경험할 수 있는 배경이 된다.
다원광장은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낯익은 역사적 도시풍경을 새로운 시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틀이 된다. 시각적 깊이감의 반복적 전환을 통해 주변 맥락은 아른거리는 배경이 되기도 하고 갑자기 마주치는 전경이 되기도 한다. 다원광장의 틀을 통한 일상적 풍경과의 낯설은 조우는 장소의 기억을 환기시키며 지금 서 있는 자리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역할을 한다. 또한 기존 광장의 무게중심이었던 분수는 이제 사람들이 느끼고 뛰어들어 놀 수 있는 다양한 수경공간으로 바뀌어 장소의 기억을 확장해 나간다.
Project: 다원광장 (a plaza with many circles)
Year: 2016
Type: Competition (honorable mention)
Location: Jung-gu, Seoul, Korea
Design Team: AbCT in collaboration with OURStudio